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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도 괜찮아 - 김은덕, 백종민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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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도 괜찮아 - 김은덕, 백종민

칭샨 2017. 4. 8. 01:22

정말 없어도 괜찮을까?


얼마 전 '미니멀 라이프'라는 개념을 엄마를 통해 알게 되었다.



버리고, 끊고, 멀리함으로 그야말로 simple한 삶을 누리는 삶의 양식을 말한다. 미니멀 라이프 관련 도서들을 읽어보면 미니멀 라이프는 단순히 물건을 버리고 간소화 하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정말 내 삶에 있어 소중한 것. 가치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집중하고 그에 더 투자하는 삶을 살아가며, 결국 타인의 시선이나 판단이 아닌 스스로에게 충만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바로 미니멀 라이프가 추구하는 정신이다.



또한 이것은 모두 버린다는 개념과도 대치된다.

많은 물건 속에서도 정리된 삶, 여유를 누리고 만족스러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사람도 있다. 결국 미니멀 라이프는 나처럼 정리가 좀처럼 힘들고, 뭘 버리는 것이 어렵고, 주변에 많이 휘둘리는(?) 사람들이(죄송합니다) 주체적으로 살아보고자 노력하는 첫걸음과 결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도 단순하게 살고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정리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구나' 라는 가치관에 동의하게 되었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결심했다>나 <아무것도 없는 방에 살고싶다>같은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는 도서들을 접하게 되었고 저자들의 가치관이 참으로 멋져 이에 수긍하고 동의하는 마음이 생겨났다.






오늘은 미니멀라이프 3번째 책으로 만난 <없어도 괜찮아>라는 책을 통해 저자들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2년 세계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다른 여행가들처럼 일상으로의 복귀가 아니라 시간 그 자체를 온전히 영위하며 적은 물질로도 행복할 수 있음을 말하는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은 생각보다 그렇게 낭만적이지는 못하다. 중국 문학으로 치면 이백이 아니라 두보에 가까운 정도이며, 이상만을 노래하기보다는 현실을 담아낸 책이다.




3300원짜리 데이터 30MB 요금제를 쓰고 작은 방 두 칸 딸린 월세 집에서 하우스쉐어를 실천하는 그들은 심지어 소형 냉장고조차 없이 아이스박스 하나(그마저도 하우스메이트와 공유한다)를 놓고 김치, 밥, 단백질 보충을 위한 반찬 한가지 식사에 만족한다. 일어나 달리기로 일과를 시작하고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게 이들의 삶의 모습이다. 삶의 계획에 아이를 포함시키지 않았고 두 사람 만의 온전한 삶을 살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는 표현으로 자신들의 삶을 묘사한다.






왜 이들이라고 노력의 대가로 얻는 달콤한 봉급이나 얼마간의 미래라도 보장된 생활이 보내는 손짓에 언제나 무심할 수 있겠는가. 통장 잔고가 5만원도 남지 않은 날, 임대주택과 응모한 이벤트의 당첨이 되지 않아 절망감을 느끼는 날. 지나쳐 왔던 여러 충고들은 다시금 가슴 속 언저리에서 쓰라린 생채기가 되어 이들을 찔러댔으리라. 여러 번 흔들림을 느낀다고 솔직하게 고백하는 젊은 부부의 모습이 대단하기만 하다. 





주체성, 소속감, 용기, 꿈






내가 고민하는 주제들이기도 하며 많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고민하는 문제들이기도 하다. 나는 이 젊은 부부의 삶에 용기와 박수를 보내고 싶다. 사람마다 다른 인생관과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게 마련인데, 응원하지 못할 망정 반대 의견 따위는 오히려 폭력이라고도 생각한다. 그저 각자 자기 삶을 통해 스스로가 옳다고 생각한 대로 사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해 아직 나는 용기가 부족하다.





10대, 20대를 나의 주체적인 선택으로 살아오지 못했기 때문에일까.

달려야 하는 방향대로만 달리고. 끝까지 해내겠다는 '독기'를 품지 못해, 방향을 이리저리 비틀어 살아왔기 때문일까.





아직도 '무엇을 하며 나답게 살아갈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가 너무나 어렵다고 생각한다.






20대 중반처럼 월급을 극단적으로 회사에 내 삶을 갖다 바친 대가라고만 여기지는 않는다.

다 내려놓고 온전히 집중하기에는 용기가 부족하며 다 끌어안고 살기에는 너무나 벅차기만 할 것 같은 29살의 나는 오늘도 고민하며 흔들리고 있다. 나 혼자 흔들리고 있지 않다는 것. 흔들리면서도 용기내어 인생의 다음 페이지를 넘겨 가며 모두 그렇게 살아간다는 것을 기억하며 살아가리라.